그, 그걸.”
“제 자리를 위협할지 모를 화근을 없애려 하신 게 아닙니까.”
“화, 황태자.”
스타토토사이트 어느새 몸을 떨고 있었다.
“황후 폐하. 어머니께서는 자식을 위해 어디까지 하실 수 있는 분이십니까?”
아들이 낯선 얼굴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었다. 어딘가 잔악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이제까지 했던 대로 하십시오. 아시겠습니까?”
“그, 그러도록 하지요.”
그제야 사비엘이 소파 등받이에 느른하게 기대며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보았다.
“황제란 자고로 무소불위의 권력 아닙니까. 게다가 신이 축복하는 오데르의 이름을 잇는 황제인데.”
사비엘이 피가 흐르는 손으로 너덜너덜해진 의자의 손잡이를 톡톡 건드렸다.
“원하는 여인 하나 뺏지 못해 어디 황제라 하겠습니까. 감히 격에 맞지 않는 것을 탐낸 이를 벌하는 것이 순리겠지요.”
그는 진심이었다.
그 광경을 어디선가 날아온 까만 새 한 마리가 높은 들보에 앉아 지켜보다 천장 근처를 휘 한바퀴 돌더니 황후궁의 밖으로 날아갔다.
***
콘스탄스 에비뇽에 돌아온 후, 카리나는 해링턴 백작가로 돌아갔다.
카리나가 그간 겪은 일들을 이리저리 적당히 다듬고 덮어 레브가 그녀가 그간 자신의 보호 아래 대공저에서 지냈다고 손을 써주었기 때문이다.
“어쩜. 황녀 전하는 같은 여자지만 어쩜 그렇게 근사하실까.”
소드마스터라 어딘가 여기사와 같은 활기를 뿜어내는 레브와 달리 중년 여인인 해링턴 백작부인은 나잇살이 슬슬 늘어가는 동글동글한 외모였다.
카리나와 일행이 그레로사로 향하는 동안 따로 레브가 해링턴 백작부인을 데리고 황제를 알현했다던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백작부인은 레브 황녀의 친위대로 거듭난 상태였다.
“이번에 모처럼 뵐 기회가 있겠지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시무룩한 이유는 바로 클레벤트 대공과 유테르 영애의 결혼식이 취소되었기 때문이었다.
수도의 귀족들 중에 그 결혼식의 초대장을 받지 못한 이가 없을 정도였다.
심지어 결혼식이 열리는 장소는 저택 문을 걸어 잠그고 사교계에서 멀어져 두문불출하던 유테르 공작가의 소문난 명소. 유테르의 낙원이었다.
오죽 아름다워 낙원이라 칭하는 정원에서 열리는 성대한 야외 결혼식과 가든 파티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기만 하면 흥분하는 이들이 천지였다.
지난 한 달간 갑작스레 날아온 결혼식 초대에 귀족들이 바쁘게 드레스며 정장을 맞추고 제복을 수선하는 통에 수도의 의상실들이 행복의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소문은 과장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그런데 황제의 병환으로 있던 무도회가 없던 일이 되니 당장 마크시스 황제가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을지보다 결혼식이 언제로 미뤄졌는지를 궁금해하는 이가 많을 정도였다.
“여름 드레스를 맞추어 두었는데. 혹 가을께로 식이 미뤄지면 어쩌지?”
그들 중 하나가 멀리 갈 것도 없이 해링턴 백작부인이었다.
카리나가 부드럽게 웃으며 양어머니를 위로했다.
“너무 심려치 마셔요. 레브 전하께서는 섬세한 분이시니 조만간 티파티에라도 초대를 하시겠지요.”
아마 미뤄진 결혼식에 대해 무겁지 않게 언급하고 실망한 손님들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유테르의 낙원에서 조촐한, 하지만 참가 인원으로 볼 때 절대 조촐할 수 없는 모임이 열릴 거로 추측했다.
“그럴까? 혹시 레브 전하께서 나를 부르시지 않는다면 어쩌겠니.”
“그럴 리가 있겠어요? 함께 황제 폐하를 알현하시기도 하셨잖아요.”
“그래. 그랬지. 그날 레브 전하께서는 승마복을 입고 계셨는데 어쩜 몸에 군더더기 하나 없이 그리 젊고 아름다우신지. 분명 얼마 나이 차이가 나지 않는 거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나만 나이가 들고 말았구나.”
“정 아쉬우시면 저와 함께 가세요. 제가 뵙길 청하면 황녀 전하께서 만나주실 테니.”
카리나의 말에 해링턴 백작부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럴까? 그러고 보니 다친 널 구해주셨는데 따로 감사 인사를 드리지 못했구나. 한 달을 보살펴주셨거늘.”
“결혼식이 취소되어 바쁘시겠지요. 천천히 찾아뵐 기회를 기다려보겠어요.”
“그러렴. 꼭 나와 함께 가야지.”
눈을 한껏 휘며 기쁜 듯이 웃은 백작부인이 그녀에게 말했다.
“어머. 벌써 시간이 이렇게 늦었다니. 약을 먹을 시간이 되었구나. 카리나.”
백작부인이 시녀를 부르자 곧 카리나의 앞에 예쁘고 자그마한 잔이 놓였다.
“쓰지만 건강에 좋다니 어쩔 수 없지. 어서 마시렴.”